영국 르네상스 극작가의 작품을 다룬 초연이다. 우선 셰익스피어가 아닌 크리스토퍼 말로의 희곡을 꺼내든 제작, 연출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새로운 작품 소개라는 의미도 있지만, 시공간과 문화의 거리가 현격한 작품을 동시대 해석과 현대적 감각 그리고 연극성을 풍부하게 살린 공연으로 창조해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희극적 과장, 재기발랄한 앙상블과 속도감은 텍스트의 무거움을 풍자로 변형시켰고, 르네상스 시기의 유대인 주인공을 현대사회 물질주의 속물성과 수단 방법 가리지 않는 비인간성
그리고 계급주의를 지닌 동시대인으로 치환하고 이를 젠더프리 캐스팅으로 풀어낸 점은 깊은 연출적 고민이 매우 돋보이는 지점이었다.
더불어 주연배우의 뛰어난 화술과 희극적 연기는 극 전반(全般)을 주무르며 시종일관 흡인력을 만들어내며 감탄을 자아냈다. 극단 ‘적’과 이곤 연출은 고전(특히 서양고전)을
현대 관객에게 설득력 있게 선보이려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해왔다. 다만 이전까지는 다소 학구적 무거움이 깃들어 있었으나, 이번 작품은 도전하기 쉽지 않은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도발적 컨셉과 혁명적 자세 전환으로 성공적 무대화를 이루었다. 긴 시간 예술적 고민, 그리고 그 고민의 두께가 쌓여야만 가능한 일이다.
이번 작품은 무용, 음악, 미술 등 여러 예술장르 통합과 조화를 이루어내며 전석 매진을 기록하는 등 관객과 연극 전문가의 지지를 동시에 얻어냈으며, 극단 ‘적’과 이곤 연출
모두에게 예술적 변곡점이자, 서구 고전의 성공적 현대화를 보여준 또 하나의 새로운 방법론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
쿠키, 앤, 크림
트렁크씨어터프로젝트
포르쉐 프런티어상 선정작인
트렁크씨어터프로젝트의 <쿠키, 앤, 크림>은
몇 개의 소품만을 가지고도 유용하고 사랑스러우며 매력적인 연극적 상상력을 보여준 작품이다.
천장을 드리운 천으로 만들어낸 오로라의 세계, 빙하와 바위를 연상시키는 소품들,
장갑으로 만들어낸 손인형, 손전등을 활용하여 빛과 그림자만으로 시간과 공간을 만들어낸 연출적
상상력은 작지만 매우 창의적인 시공간을 만들어내고 있다.
또한 동화와 같은 이야기를 주요 오브제와 인형을 통해 표현하고 있지만 그 상징들 역시 과하거나 유아적이지 않고,
지구와 우주와 인간의 삶에 대한 통찰을 담아내면서도 간결하게 구성함으로써 작품의 흥미와 몰입감을 높여가고 있다.
가능한 모든 방법들에 대해 고안하고 고민한 창작진의 흔적을 통해 어느새 남극은 연극 무대로 옮겨오고,
혜화동1번지의 작은 미니어쳐 무대에서 관객들은 광활한 남극을 마주하게 된다. 트렁크에 담을 정도의 단출한
대소도구(천막과 인형, 손전등, 그림자, 전지, 돌 등)로 언제 어디서든 연극을 보여주겠다는 지향점을 내세운 극단답게 신선한 아이디어가
아주 많았으며, 단체의 이러한 재기발랄함과 풍성한 연극성, 진지한 실험적 태도들로 인해 수상작으로 선정하기에 주저함이 없었다.
무용 부문
올더월즈
리케이댄스
최우수상 선정작인
리케이댄스의 <올더월즈>는
2024년 발표된 신작으로 ‘자유롭기 위해 춤을 춘다’는 안무가의 철학대로 ‘춤의 자유’를 중심 소재이자 주제로 삼은 작품이다.
신체적 기술의 자유(과시)가 아닌 정신적 표현의 자유(승화)를 무대 위에서 폭발적으로 연출한 점 역시 높이 평가된다.
이번 작품에서는 현대무용, 한국무용, 스트리트댄스가 한데 어우러지며 무용수 개개인이 자신의 춤을 벗어나 또 다른 춤의 세계를 발견하는 동시에,
무용수들의 몸짓에 시공간을 확장시키는 영상을 더해 스크린 속 무용수들과 교류하며 춤의 세계를 온 우주로 확장시키는 담대함을 보여주고 있다.
‘올더월즈’란 제목은 셰익스피어의 유명한 문구 “온 세상의 무대(All the world’s a stage)”로부터 영감받아
‘온 세상이 춤(All the world’s a dance)’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1시간가량 ‘갇힌 눈, 차원 이동, 춤 세상, 멀티버스’란 네 개의 장면으로
전개되는 작품은 다차원의 세상으로 끝없이 변신하는 초감각의 몸을 탐색한다. 차원을 뛰어넘고 전복하며 유연하게 변신함으로써, 자신을 다차원으로
확장하는가 하면 세상 자체를 멀티버스로 바꾸고자 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온 세상을 놀이터 삼아 춤추는 자유를 만끽’하려 한다.
10명의 전문무용수들은 각자 춤의 개성을 유지하면서도 하나의 짜임새 안에서 움직이는데 그 융복합적 균형감이 면밀하다. 춤뿐만 아니라 음악, 영상, 조명,
의상 등 구성 요소와의 협업에서도 면밀함은 확인되는 바다. 이번 작품은 자칫 대중적 흥미에 치우칠 수 있는 허점을 극복하며, 다양한 춤 간의 조화로운 실험,
각기 다른 입체적 움직임으로 ‘춤’에 대한 진지한 토론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냈으며, 이 외에도 분야별 우수한 스태프들의 협력, 공간을 채우는 다채로운 움직임과
에너지 등으로 관객과 평단으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다.
서양극장 속 한옥
우보만리
포르쉐 프런티어상 선정작인
우보만리의 <서양극장 속 한옥>은
서양식 프로시니엄 무대에 한옥의 공간적 특성과 한국 춤의 여러 요소들을 해체하고 변형하여 재배치한 작품이다.
여기에 전통 연희 요소도 함께 곁들여지며 한국적인 것과 서양적인 것이 공존하는 가운데, 극장이 관객의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새로운 인터페이스로서 기능하게 된다. 서양극장, 한옥의 공간, 춤과 음악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바탕으로 큐레이터의 안내에 따라 관객이 직접 무대를 이리저리 자유로이 다닐 수 있는데, 이러한 이머시브 방식의 도입과
최소한의 키워드와 장치를 활용해 관객이 한옥의 공간을 스스로 상상할 수 있도록 유도한 점 등은 매우 창의적이라고 평가받았다.
무용 공연이 갖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전시, 공간디자인 등 다양한 예술장르와 융합하여 이처럼 새로운 형태의 공연을 제시한 점은
한국무용 분야에서 ‘전복’이라는 표현을 써도 좋을 만큼 새로운 실험성과 동시대성이 돋보였으며, 한국 현대무용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 나갈 시도인 동시에 새로움을 추구하는 일반 관객에게도 적지 않은 관심을 불러일으켰을 독창적인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음악 부문
SCHUMANN 1810-1856
김도현
최우수상 선정작인
김도현의 <김도현 피아노 리사이틀 : SCHUMANN 1810-1856>은
부조니 콩쿨 입상 후 음악팬들에게 지속적으로 강렬한 연주를 보여준 김도현이, 깊은 음악적 성찰을 통해 다음 성장을 보여준 연주회였다.
첫 곡 바흐의 파르티타에서 마지막 슈만의 카니발에 이르기까지 연결되는 레퍼토리가 전해주는 서사는 기승전결의 완결성이 강한 소설을 읽는 듯했다.
부상을 비롯한 불리한 여건을 딛고, 낭만주의 중기 피아노 문법에 거대한 흔적을 남긴 슈만의 피아노 음악을 완성도 높게 형상화한 이번 공연은 음악예술에
대한 연주자의 학구적인 면모와 레퍼토리에 대한 해석력을 보여주며 김도현의 피아니즘이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의미를 부여하는 듯했다. 이번 ‘슈만’ 리사이틀
뿐만 아니라 협주곡 등 여타 활동에서도 음악가들과의 호흡이나 음악적인 센스도 탁월하며, 음색에서도 귀기울이게 만드는 포인트들이 많기에 이번 수상을 통해
세계 무대에서 더욱 인정받는 연주자로 자신의 음악을 널리 알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
상상의 영역에서는 희귀하지 않으나 현실의 영역에서는 극복할 과제가 많은 과업을 아벨 콰르텟이 과감히 수행하였다.
완성도 높은 앙상블로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으며, 탐구와 해석 차원에서 열의와 열정, 성의가 매우 많이
투영되었을 공연이기에 자신들의 음악적 지평을 스스로 넓히는 열정적인 시도라는 점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이번 공연은 악단의 레파토리 확대와 연주력의 향상은 물론이며, 국내에서는 시도되지 않았던 특정 작곡가의 전곡을
관객들에게 선사했다는 데서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특히 1, 2번 연주는 한국에서 자주 연주하지 않는 작품을 전곡
연주 시리즈에 담아내면서 아벨 콰르텟의 역량을 끌어올리는 신선한 작업으로 기능했다고 본다. 아벨 콰르텟은 노부스 콰르텟에
이어 한국에서도 이렇게 훌륭한 현악사중주단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표식이 되는 연주단체고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본다.
전통 부문
오굿 X Resurrection
김효영
최우수상 선정작인
김효영의 <김효영의 생황 '오굿 X Resurrection'>은
오늘을 살아가는 전통예술가가 보여줄 수 있는 ‘동시대적인 기획력’과 한 명의 음악가로서 ‘생황’이라는 미개척 분야에 대한
탐구를 동시에 보여준 지적 성실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라 평가된다. 이번 작품은 구스타프 말러의 음악을 생황이란 악기를 통해
세련되게 재해석하였으며, 생황이란 악기의 독주 가능성을 최대치로 구현하여 완성한 공연이었다. 역사적으로 생황은 독주악기로서의
면모가 상대적으로 약했으나 김효영은 이번 공연을 통해 독주악기로서 생황의 새로운 가능성을 개발한 것이다. 또한 탄탄한 전통 기반
위에서도 다양한 악기와의 협업을 통해 전통음악의 확장가능성을 넓게 펼쳐보인 것은 물론, 무대의 기획과 연출, 완성도에서도 손색없는
공연을 보였다. 말러와 굿을 주제로 양/국악 작곡가들은 물론 연주자 본인도 직접 작곡가로 참여하며 한국음악의 다음 미래를 만들어가는
기념비적인 공연을 만들어냈으며, 공연 자체의 완성도에서도 해외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것이라 평가한다.
김인수의 장단소리 : 正面
김인수
포르쉐 프런티어상 선정작인
김인수의 타악기 콘서트 '김인수의 장단소리 : 正面'>은
한국전통음악에서 타악기의 현주소는 반주악기라는 제한된 이미지에서 벗어나 이를 ’정면‘으로 내세우며 타악기를 새롭게 ’주연화‘시킨 공연이었다.
전통음악에서 타악기는 대부분 반주악기로 쓰이기에 연주자라는 말보다 반주자라는 말이 더 자연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김인수의 이번 공연은
‘반주’의 영역에 국한되던 타악기들을 ‘연주’의 영역으로 끌어올린 순간이었다. 이를 위해 오래 고민을 통해 의미 있는 맥락을 준비한 면면들이 곳곳에서 보였다.
타악 연주의 고정된 레퍼토리를 혁신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기획력이 돋보였으며, 뛰어난 연주와 무대연출 등 타악기 특유의 대중 소통력도 발산하며 관객에게
전통공연의 새로움을 전달하기에 충분한 공연이었다.
시각 부문
봉래산-포모사 프로젝트
나현
최우수상 선정작인
나현의 <봉래산-포모사 프로젝트>는
전시는 인류학적 방법론을 기반으로 리서치와 수집 과정을 통해 시각적 조형성을 세밀하게 탐구해 온 작가의 작업 역량이 매우 잘 드러난 전시라 평가받았다.
오랜 시간 치열하게 탐구해 온 프로젝트를 긴 호흡으로 정리해가듯 펼쳐낸 전시로, 중견 작가로서 거쳐온 조형 언어의 특색이 잘 묻어나면서도 이를 관습화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실험해 온 노력이 전시의 기획안부터 결과물에 이르기까지 충실하게 배어있음을 확인할 수 미술계에 귀감이 되는 전시였다.
작가로서의 이러한 창작 활동의 태도와 과정뿐만 아니라, 이를 시각적 조형 언어로 풀어내는 개별적인 역량 모두 선정 과정에서 큰 공감대를 이루었다.
이번 전시는 동시대 한국미술 창작방법론에 새로운 영감을 제공한 것은 물론 시민들의 미적 의식 전환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되며, 전시 자체의 완성도와
더불어 작가의 오랜 사유와 리서치 결과물이 이루는 정신적 깊이 또한 타 미술인의 모범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곁
고요손
포르쉐 프런티어상 선정작인
고요손의 <곁>은
작가의 조형적 세계뿐만 아니라, 이를 다양한 매체들로 변환하는 시도와 이를 조직하는 기획 역량을 동시에 보여주는 전시였다.
그간 고요손 작가는 동시대 미술 현장에서 조각에 관한 실험성을 토대로 독특한 시각 언어를 제시해 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조각의 문법을 견고한 물질로 드러내기보다, 하나의 연극적 상황으로 전환하여 조각적 뼈대에 바로크적인 드레이프를 이용함으로써 두드러진 실험성을 보였다.
실험적 작업 외에도 공간 안에서 관객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구성과 기획, 전시 공간을 작업 맥락으로 확장시켜 매우 밀도 있게 꾸리는 등
전시를 풀어내는 역량 및 전반적인 완성도 또한 매우 뛰어났다. 고요손 작가는 최근 가장 활발한 활동을 보이며 동시대성 화두에 상응하는
조형 언어를 공격적으로 펼쳐내는 젊은 작가 중 한 명으로, 향후 작업의 행보가 매우 기대된다.
다원 부문
서커스 이펙트
김지연(밸런싱 밸런스드)
최우수상 선정작인
김지연(밸런싱 밸런스드)의 <서커스 이펙트>는
다원예술 관점에서 시각예술과 공연예술이 교차∙수렴되는 지점을 면밀하게 파고들며, 작가들과의 장기연구 및 협업을 방법론으로 삼아 선보인 신작이다.
서커스를 전시장이라는 공간으로 확장하여 서커스가 활용하는 장치를 시각예술 매체와 병합하고, 물질적 장치가 생성하는 운동 혹은 그것의 누적과
퍼포머의 동작을 대조∙병치함으로써 서커스 이펙트, 즉 서커스 아트가 퍼포먼스를 향해 발휘할 수 있는 미적 효과를 답사한다.
다원예술의 기획적 요소와 프로덕션 상의 서사, 연구 기반의 협업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으며, 신체와 사물의 상호작용을 물리적 차원에서
미학적 차원으로 전환하려는 노력 역시 주목할 만했다. 운영 측면에서는 조소와 서커스를 융합하는 가운데 각기 두 명의 참여자로 이루어진 두 개의 팀을
조직한 기획적 역량도 돋보였다. 또한 악기상가 내의 전시장과 유휴공간을 연결하여 관객에게 강력한 현장성과 퍼포머의 수행적 특질을 경험하도록 유도한 것은
시민향유 측면에서 역시 강한 잠재력을 보여주었다. 서커스 퍼포먼스가 가지는 기량 중심, 관습적 수행에서 벗어나 타장르 작가와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형식적,
매체적 돌파구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프로젝트라고 평가된다.
노화된 기술
송세진
포르쉐 프런티어상 선정작인
송세진의 <노화된 기술>은
밀도 있는 리서치와 현장에서의 다감각적 설치, 경험 가능한 퍼포먼스를 통해 사회적 재난, 퀴어 서사, 시간성의 재배치를 가시화한 프로젝트이다.
특히 퍼포먼스의 경우 일종의 퀴어 포렌식이라 불러도 좋을 형식의 퍼포먼스를 경유하는데, 이를 통해 특정 지역 내 사라진 성소수자 공간에 대한
기억의 회복과 그 (불)가능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본 프로젝트는 ‘재난을 어떻게 기억하는가’라는 문제에 대해 문학적∙사변적 상상의 여지를 개입시키고
사적인 서사를 가미함으로써, 역사적 사건과 정치적 의미로부터 탈구시켜 보다 다채로운 사유가 가능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또한 관람객에게 직접적인
촉지적 감각과 상상력, 사회적 공감을 제공하기 위해 정밀한 판단과 미술적 장치를 마련하였는데, 이처럼 사실적 모사로부터 벗어나 역사와 기억에
조형성을 부여하는 방식을 통해 관객의 심리적∙지적 참여를 보다 다층적으로 이끌어내고 있다. 본 프로젝트는 작가가 장기간 매달려 온 주요한 화두와
고민이 여러 매체를 통해 응집되고 완결된 형식으로 제시되는 동시에 전체적으로 과감한 형식적 시도가 돋보이는 작업으로, 미래에 대한 잠재성이 충만하다고 평가되었다.
심사위원 특별상 (작품 부문)
말린 고추와 복숭아향 립스틱
공놀이클럽
심사위원 특별상 작품부문 선정작인
공놀이클럽의 <말린 고추와 복숭아향 립스틱>은
해체 되어가는 가족관계와 청소년의 정체성 고민을 도발적이지만 납득 가능한 글쓰기, 감각적 연출, 능숙한 연기로 무대에 펼쳐 놓았다.
다소 논쟁적일 수 있는 젠더 문제를 다루면서도 어느 것 하나 불편하거나 배타적으로 그려내지 않고 유쾌·발랄하면서도 포용적인 태도를
보여주며 다양한 정체성의 수용이란 메시지를 관념적으로 주장하는 것이 아닌 미학적 표현을 통해 관객 스스로 생각하게끔 만든 뛰어난
연극적 전략을 보여준 작품이다. 인물들은 순차적으로 의상을 맞바꿔 입는 방식으로 하나의 캐릭터에서 다른 캐릭터로 옮겨가는데, 가치관과
취향이 완전히 다른 4명의 가족을 연기하는 배우들은 옷을 바꿔 입는 행위를 통해 모든 캐릭터를 한 번씩 ‘경험’한다. 이 간단하고 단순한
배역전환 행위를 통해 젠더라는 것이 선천적으로 주어진 혹은 주어져야 할 성역할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덧입혀지거나 강요되는 것일 수 있으며
서로 다른 정체성과 입장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든다. 또한 전통적인 가족 서사와 퀴어 서사가 나란히 등장함에도 휴먼 드라마적
감동이나 도발 또는 이 둘을 뒤섞거나 융해하려 하지 않고, 그저 교차시키는 방식만으로 뜻밖의 성취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번 작품은 자기만의
미장센과 색깔을 추구하면서도 다수가 공감할 수밖에 없는 능숙한 설득력과 풍부한 연극적 아이디어를 보여줌으로써 놀이성과 수행성, 예술적
성취와 대중성 모두를 잘 보여준 연극적 전략이 매우 뛰어난 작품이다.
테너 김효종 독창회
김효종
심사위원 특별상 작품부문 선정작인
김효종의 <테너 김효종 독창회>는
온화한 음색과 완벽한 테크닉을 가진 테너 김효종이, 대중적 작곡가로 인식되면서도 희귀한 영역을 많이 지닌 로시니의
아리아를 적극적으로 소화하여 관객들로부터 열렬한 반응을 이끌어낸 공연이었다. 김효종은 고급스러운 음색은 물론
안정적인 호흡, 특별히 어떤 작품에서도 본인의 성격이 앞서지 않고 작품 자체의 캐릭터를 살려내는 능력이 탁월한데,
로시니라는 작곡가의 기술적으로 어렵고, 호흡과 진행에서도 많은 능력을 요하는 작품들을 놀랄만큼 훌륭하게 연주해 내었다.
더불어 과거 브레멘 극장 활동 시 만난 음악적 동반자이며 성악 반주 전문인 빈 슈타츠오퍼(비엔나 오페라극장)의 레파리토어(음악코치)
토마조 레포레가 반주를 진행하여, 김효종 성악가의 음악에 최적의 앙상블을 제공하며 공연의 완성도를 더하였다. 국내에서는 잘 연주되지
않는 로시니의 성악곡들을 뛰어난 역량과 해석력으로 소화하며 예술가로서의 도전과 해석의 깊이를 추구한 공연이었다.
가야금의 巫(무)감각화
박세연
심사위원 특별상 작품부문 선정작인
박세연의 <가야금의 巫(무)감각화>는
‘무악巫樂’이라는 공통된 주제 아래 각 지역의 굿 장단과 무가 선율을 기반으로, 굿음악을 바라보는 연주자의 남다른 시선과
확장적인 접근법을 잘 보여준 공연이었다. 연주자 본인은 물론 국내외 작곡가들에게 곡을 의뢰하는 등 다양한 창작곡의 개발을
위해 오랜 기간 공을 들여 준비하였다. 이로써 박세연은 굿음악에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현악기 가야금을 통해 굿이 기교의 음악,
현대음악, 전통음악, 아방가르드 음악 등 폭넓은 레파토리를 가질 수 있음을 보여주며 가야금 연주의 새로운 방향과 장르 확장성까지
함께 제시하였다. 가야금 인구에 비해 ‘가야금 음악’이 상대적으로 약화되어 가고 있는 현 상황에서 박세연의 이번 작품은 가야금 음악의
새로운 세계를 인식할 수 있는 의미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서울 오후 3시
이은주
심사위원 특별상 작품부문 선정작인
이은주 기획자의 <서울 오후 3시>는
미술사적 리서치를 기반으로 2000년대 초반이라는 전환적 시기를 오후 3시에 빗대어 보여준 전시이다. 1970~80년대
민중미술의 사회비판적 리얼리즘이나 극사실주의 회화와 달리 그동안 2000년대 작업은 미술사 담론 내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어왔다. 이번 전시는 한국 구상미술의 계보 속에서 세기변화의 지점으로 분명 강한 의미를 갖는 2000년대 회화의
특성을 돌아보고 있다. 참여 작가들은 미디어아트의 활성화와 매체 전환의 시기에 ‘사진이 아닌 회화’가 어떻게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으며, 기획자는 이를 ‘오후 3시’라는 상징적 표현 속에 담아냄으로써 한 시대를 예술의 역할로
갈무리하며 서울의 변화상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쏟아지는 짧은 호흡의 전시들 속에서 느껴지는 권태를 해소해주는
전시로, 기획자로서의 역량에 미술사가적인 통찰을 가미한 ‘학술적 가치와 미적 감각’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전시였다.
이러한 전시가 수상을 한다는 것 자체로 미술계와 기획자에게 좋은 반향을 일으킬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심사위원 특별상 (장애예술인 부문)
김지수는 불모지 같은 장애예술 현장에서 2007년 9월 극단 애인을 창단하였으며, 18년이란 긴 시간 동안 창단 단원들과
함께 동행해온 장애예술 연극계의 진정한 리더라 평가된다. 극단 애인은 ‘장애인’에서 ‘장’ 자를 뺀 이름으로, 장애인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사랑하는 사람을 뜻하는 ‘애인’을 대하듯 바라봐 달라는 바람을 담고 있다고 한다. 이 같은
이름을 실천하고자, 극단 애인 동료들과 함께 장애미학과 연극적 협업을 모범적으로 수행해 왔으며, 장애 연극을 통해
장애에 대한 편견을 깨뜨리고, 장애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였으며, 장애인 스스로 자부심과 자립감을 높일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이어왔다. 더불어 긴 시간 장애인 배우들을 발굴 및 양성하고, 그들에게 삶의 의미와 꿈을 무대에서
펼쳐보일 수 있게 하였고, 그 결과 연극에 대한 전문 교육 경험이 없는 단원들이지만 이곳에서 꾸준히 활동하며 배우,
연출, 작가로 성장해왔다, 극단 애인을 통해 많은 장애 배우들이 무대의 기회를 얻고 더 사랑받는 배우로 성장하였다.
장애예술이 ‘그들만의 이야기’로 머물지 않고 보편성을 잠재한 훌륭한 예술활동으로 확장될 수 있게끔 그 기반을 다져왔으며,
장애인 비장애인 간 다양한 협업으로 견고한 벽과 경계를 조금씩 무너지게 하는 등 장애 관련 담론, 장애연극, 장애미학 등
장애예술 발전 전반에서 그 공적이 매우 크다고 평가된다.